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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색채로 행복한 물고기들의 일상을 그린 삽화는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된다. 책 한쪽 모서리에 그려진 그물에 겹겹이 쌓인 물고기들을 보면 절로 숨이 턱 막힌다. 그때, 몸집이 작은 꼬마 물고기가 탈출한다. 무지개 물고기는 “어서 가서 게와 가재를 불러와!”라고 외친다. 바닷속 작은 생명체들이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 나갈지 응원하며 마지막 장까지 넘겨보자.
화려한 비늘을 지닌 물고기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면, 그 기억이 맞다. 이 책은 30년간 세계적으로 3000만부 이상 판매된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작가 마르쿠스 피스터가 3년 만에 신작을 선보였는데, 지구를 아프게 하는 환경문제를 녹여냈다.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문태준 시인이 아홉번째 시집을 냈다. 제주에 풀밭 살림을 일궈 다섯 해 넘게 살고 있다는 그는 이번 시집에 생의 기운이 넘실대는 자연의 모습을 풀어놓는다. 꿈틀대는 지렁이를 보며 시인은 “흙 속에 이처럼 큰 세계가 있었다”고 깨닫는다. 세상의 생명은 모두 이 큰 세계를 양분으로 두고 태어난다. 대지의 기운이 생동하는 봄부터 사계가 4부로 이뤄진 시집에 담겼다.
자연은 쉬지 않고 움직이지만 시끄럽고 부산하지 않다. “눈송이가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네/ 안간힘 쓰지 않고/ 숨이 참 고르네/ 손쓸 필요가 없지/ 여파도 없지/ 누구도 무너지지 않아/ 저 아래,/ 벙싯벙싯 웃고 있는 겨울 허공 좀 봐”(‘안간힘을 쓰지 않고’). 시인은 시골 생활을 하며 “억지를 부리지 않는 것, 작위가 없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소박한 문장으로 그린 자연 안에서 사람도 비움과 고요의 자세를 견지한다.
행동 다양성
진화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 박한선 교수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 진화인류학까지 인간과 동물의 다양성에 대한 이론과 지적 흐름을 살폈다. 진화생물학, 사회문화 이론, 신경과학, 역사, 고고학, 행동생태학 등 여러 이론의 내용과 한계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에이도스. 5만원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100% 기부로 운영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벌여온 치열한 법정투쟁 이야기. 이주난민, 성소수자, 여성, 빈곤, 불안정노동, 재난참사 등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던 사건 및 소송의 소상한 사연과 분투를 기록했다. 공감 지음. 창비. 1만8000원
지극히 사적인 일본
저자는 한국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전 아사히신문 기자다. 요리 같은 일상적 소재부터 식민 지배 사과, 천황의 전쟁책임 같은 주제까지 일본인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한국과 일본 양쪽에 대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나리카와 아야 지음. 틈새책방. 2만2000원
돌봄의 논리
암스테르담대학교의 몸인류학 교수인 저자는 의료 서비스 현장에서 ‘선택의 논리’보다 ‘돌봄의 논리’가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자가 의료 서비스를 선택하는 대신 환자가 의료진과 함께 협력적으로 질병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네마리 몰 지음. 김로라 옮김. 갈무리. 2만2000원
전편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홀로그램 인쇄를 활용해 물고기의 오색빛깔 비늘을 표현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반짝이는 비늘을 보며 햇살이 일렁이는 바닷속에서 책을 읽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햇빛이 찬란한 바닷속에서 무지갯빛 비늘이 달린 ‘무지개 물고기’와 아름다운 비늘을 나눠 가진 친구들이 살아간다. 이 바다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아주 깨끗하고 평화로운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잠깐, 책의 앞표지 안쪽 그림엔 분명 고기잡이배가 수면 위에 떠 있었다. 불길함이 엄습한다. 지나가는 바다 친구들도 물고기 떼가 갑자기 사라지고 있다는 무서운 말을 한다. 어느 날 겁에 질린 물고기들이 들이닥치고 무지개 물고기와 친구들은 속절없이 휩쓸린다. ‘그물’이라는 생전 처음 듣는 단어에 갇히고 만다. 바다 밑바닥까지 우악스럽게 쓸린 탓에 거북이와 고래마저 잡혔다.
그냥 사용할 때는 쉬워 보여도 막상 정의하려면 쉽지 않은 말들이 있다. 과학소설(SF)이 딱 그렇다. SF는 스펙트럼이 넓어 정의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오죽하면 미국 작가 존 W 캠벨(1910~1971)은 “내가 SF라고 부르는 click here 것이 SF다”라고까지 했다. 도대체 SF란 뭘까. 물리학과 천문학을 전공한 SF 작가 해도연은 이렇게 정의한다. “보편적이고 일관적인 원칙과 과학적 사고방식을 토대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탐구하는 이야기.”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에서 조난당한 우주인이 천신만고 끝에 지구로 귀환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SF일까. 저자는 “SF라기보다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재난 영화”에 가깝다고 말한다. “허구의 사실은 있지만 허구의 과학이 없”다는 게 이유다. 영화에 등장하는 허블 우주망원경, 우주왕복선, 국제우주정거장은 모두 지금 존재하는 것이다. 반면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그린 영화 <마션>은 확실한 SF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션>에는 <그래비티>에는 없는 것이 있습니다. 지구와 화성 사이를 가로지르는 유인 행성 간 우주선이나 화성에서의 감자 재배 같은 것들, 즉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과학 기술 말입니다.”
SF만의 특성을 따질 때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원칙의 보편성과 일관성”이다. 테드 창의 단편 ‘바빌론의 탑’과 J K 롤링의 소설 <해리 포터>에는 마법이 등장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해리 포터>는 SF가 아닌 판타지다. “마법이 작동하는 방식에는 꼼꼼한 설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 원칙들이 자연현상처럼 언제 어디서나 일관적이고 평등하게 작동하지 않고 과학적 논리를 따르지도 않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판타지의 영역에 속해 있습니다.”